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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원호스피스
일 자  2012-04-04
제 목  이별여행(離別旅行)

                                                           김덕권 /여의도교당 교도부회장

                                                                         중앙청운회 사무총장

지난 5월 21일 평소 존경하고 따르던 성타원(聖橢圓) 이성신(李聖信) 종사님이 오래간만에 우리 여의도교당에 오시어 법회를 보셨습니다. 하도 갑작스러운 일이라 평소 찾아 뵙지 못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던 차에 우리 교당을 방문하셨다고 하니 사죄를 드리는 심정으로 단숨에 달려가 큰절을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여의도교당만 특별히 오신 것이 아니라 평소 인연이 깊거나 미진한 일이 남아 있는 곳, 아니면 충ㅊ분히 챙기지 못하셨던 교당을 두루 방문하시면서 유루없이 인연을 갈무리하시는 이별여행을 하시는 중이라는 엄청난 말씀을 하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성타원 종사님은 깜짝 놀라하는 필자에게 흡사 최후를 장식하시기라도 하듯 이별여행에 대해 무애도인(無碍道人)답게 거침없이 또 걸림없는 말씀을 내려주셨습니다.

“내 나이 80이야! 살만큼 살았지. 이제 언제 가도 여한이 없어, 그리고 내 건강이 안좋아, 벌써 여러 해전에 유방암을 수술했고,작년에는 허리디스크 수술까지 했어. 이제는 팔다리가 자꾸 부어 올라. 그리고 저승사자가 신호를 보내오는 것 같애.....”

범상한 사람이면 몰라도 종사위까지 오르신 어른의 이 말씀을 듣고 필자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가슴이 다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언제인가 총부 중앙수도원 성타원 종사님 방에 갔을 때 벽에 걸려있던 작은 액자 속의 글귀가 생각났습니다.

좌우명

「갈 길이 바쁘구나 / 노자는 준비되었는지 / 법계에 맡겼다가 / 돌아올 때 찾으리.」

병자 정초 이성신 글

올해가 경진년(庚辰年)이니 병자(丙子) 정초라면 벌써 5년 전부터 이승과의 이별을 착착 준비하고 계셨다는 말인가? 성타원 종사님과 필자는 아마도 전생에서부터 특별한 인연이 있었나 봅니다. 종사님께서는 오래 전, 그러니까 제가 입교 10년째를 맞아 말못할 신앙의 위기에 빠져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섰을 때, 필자를 위험에서 건져주신 은인이셨습니다. 마치 어머니와 같은 자애로움으로 새파란 원망의 불길을 토해내는 필자의 불같은 성정을 다독거려 주시면서 “네가 이처럼 어려움에 처한 것은 진리께서 너를 더 크게 쓰시려는 시험이니, 이 진리의 시험을 잘 통과해야 한다”고 감싸안아 주셨습니다.

또 그 무렵 성타원 종사님께서는 필자를 데리고 삼밭재에 올라 일심을 이루는 법을 특별히 전수해 주신 엄청난 은헤를 베풀어주시기도 하였습니다. 필자에겐 꼭 어머님과도 같은 이런 어른이 열반의 때가 머지 않았음을 느끼셨는지 찬찬히 이별여행을 준비하시는 모습에선 차라리 거봉을 바라보는 장중함과 함께 한줄기 시원한 맑고 고운 향기가 온 몸을 휘감아 오는 것 같았습니다.

누가 죽음 앞에 이리도 담담하고 또 당당할 수 있겠습니까?

「덕산! 내가 죽으면 장례식을 지내지 말라고 해! 3일 출상도 하지마. 숨을 거두면 즉시 시신을 원광대학교 의과대학에 실험용으로 기증하고, 천도재도 지낼 필요 없어.다만 영모전에서 7주 동안 예감이 천도법문만 읽어주면 좋곘어. 천도법문이 얼마나 굉장한 법문인 줄 알어? 요즘 법강항마위 도인이 되었다고 천도법문도 읽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크게 잘못된 일이야. 나는 그걸 유감스럽게 생각해 이 몸을 바꾸는 일이 중대한 일이야.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려워. 그러니 꼭 천도법문을 읽어주어야 해. 수도인은 올 때 갈 때 흔적 없이 거래해야 돼. 예를 들어 내가 정읍교당 초대교무인데, 지금이 20대 교무이니, 내가 죽으면 19명의 교무와 정읍에서 인연맺은 많은 교도님들이 다 와야 되지 않아? 당대는 몰라도 그뿐이 아니야. 내가 교단에 60여년을 봉직한 원로교무라고 내 장례식을 위해 바쁘기 짝이 없는 전국의 교무들과 인연 있는 교도들이 모두 모인다는 것은 보통의 낭비가 아니야.

수도인들의 죽음이 세속화되면 교단에 엄청난 폐단으로 나타나. 그것도 나 한 사람이 아니고 교단의 원로들이 열반할 때마다 전국에서 달려오면 이 교단의 교화와 경제와 시간의 낭비가 너무 번거롭지 않아? 조선 500년의 유가 식의 관혼상제가 결국 나라의 망조로 이어졌어. 새로운 종교인 원불교에서 참으로 경계할 일이라고 나는 생각해. 나의 이러한 유언을 어쩌면 교단이나 형제들이 관행이라며 받아들이려하지 않을는지 몰라. 그때를 대비해서 출가 쪽에서는 월간<<원광>>이, 재가교도에게는 덕산과 연산 김원도 회장에게 이 뜻을 전하는 것이니, 후일 증인이 되어 내 뜻을 관철시켜 주면 좋겠어...... 」

이 얼마나 장엄하며 신선한 충격입니까? 혹자는 이 말을 듣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지 모릅니다. 어찌 흔적 없이 가신다는 분이 교단에서 장례의식을 치러주는 대로 가시면 되지 왜 평지풍파를 일으키시느냐고. 아니면 그렇게 가시지 않는 다른 원로님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고려하시지 않느냐는 비난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은 성타원 종사님의 진의를 잘 모르시기 때문에 하는 말들일 것입니다. 우리 한번 생각해 봅시다. 지금 수도원이나 원로원의 방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원로 법사님들이 생존해 계십니다. 따라서 성타원 종사님 같이 흔적 없이 가실분은 나름대로 멋진 도인의 최후를 장식하시면 되고, 또 거창한 의식을 갖추고 가실어른은 관행대로 가시면 됩니다. 다만 회상ㄷ이 커지고 세상이 복잡 다단, 바쁘게 돌아가는 이 시대에 누군가 한 분쯤은 상장례로 인한 회상의 미래에‘경종을 울릴 필요는 반드시 있다는 말씀으로 받아들이고 성타원님이 간절히 염원하신 최후사의 당부대로 그 유훈을 받들어 드렸으면 하는 것입니다.

하기야 성타원 종사님께서는 해탈하신 도인의 심경으로 이런 최후 사를 당부하셨는지는 몰라도, 이런 유언을 받드는 후래 제자들의 입장에선 보통 난감한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종사님의 유훈을 지켜드리는 것이 최선인지 아닌지를 아직 판단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고, 또 이 충직한 범부의 눈으로 볼 때에 아직도 종사님은 언제까지나 건강하게 살아 게셔서 많은 중생을 더 제도하시고 회상의 미래를 더 지켜주시리라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성타원 종사님께서 이 번 이별여행을 시작하시면서 제게 맡겨주신 친필 귀향사(歸鄕辭)의 내용을 밝혀 드리는 것입니다.

귀향사근(歸鄕)

군중성신문하지(群衆聖信門下之) 위거청산채채지(委去靑山採採遲)

동방일출오불환(東方日出五不還) 갱귀본처행책무(更歸本妻行責務)

성신이가 어디 갔느냐 / 군중들이 묻거든 / 청산에 들어가 / 나물 뜯는데 / 좀늦는다고 이르고 / 동녘에 해 다시 떠올라도 / 나 돌아오지 않거든 / 모두들 다시 온 곳으로 돌아가 / 책임과 의무를 다하자.

원기 85년(2000) 1월 1일 고향으로 돌아가며 이성신 삼가 씀

평상심이 도라고 하였던가요? 여하간 우리들의 가슴속에 80평생 쌓아오신 성타원 종사님의 법력과 열반을 앞두시고 마치 뒷산으로 나물 캐러 가듯이 떠나시려는 성타원님의 이별여행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 편의 감동적인 영화와 같이 긴 여운으로 맴돕니다.

이 전  아름다운 이별을 설계하는 이정선원장님을 만나다
다 음   생 사 송 (성타원 이성신 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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